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Feeling

바람은 그대 쪽으로...





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한다
단 하나의 영혼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
나는 그대 창문으로 다가간다


가축들의 순한 눈빛이 만들어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
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
공중 빈곳을 찾고 있다. 외롭다.


그대, 내 낮은 기침소리가 그대 단편의 잠속에서 끼어들 때면
창틀에 조그만 램프를 켜다오
내 그리움의 거리는 너무 멀고
침묵은 언제나 이리저리 나를 끌고 다닌다


그대는 아주 늦게 창문을 열어야 한다
불빛은 너무 약해 벌판을 잡을 수 없고,
갸우뚱 고개 젓는 그대 한숨 속으로 언제든 나는 들어가고 싶었다


아아, 그대는 곧 입김을 불어 한 잎의 불을 끄리라
나는 소리없이 가장 작은 나뭇가지를 꺾는다
그 나뭇가지 뒤에 몸을 숨기고 나는
내가 끝끝내 갈 수 없는 생의 벽지를 조용히 바라본다


그대, 저 고단한 등피를 다 닦아내는 박명의 시간,
흐려지는 어둠 속에서 몇 개의 움직임이 그치고
지친 바람이 짧은 휴식을 끝마칠 때까지

바람은 그대 쪽으로 / 기형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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