Free & Speculate 썸네일형 리스트형 천상병 시인의 술잔 천상병 시인의 술잔 천상병 시인은 막걸리를 즐겨 마셨다. 경기도 의정부에 살던 말년에 그는 해질 녘이면 단골 술집에 들러 혼자서 막걸리 한두 잔 걸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. 당시 단골 술집의 주모는 할머니였다. 그런데 어느 날부터 천 시인은 단골 술집을 바꿨다. 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에 올려 놓고 뻔히 들여다보던 부인이 슬쩍 물었다. “새로 가는 술집 주인은 젊은 여인인가 보죠?” 시인은 아이처럼 화들짝 놀랐다가 늘 아내에게 했듯이 “문디 가시나…”라고 입을 삐죽거리며 대꾸했다. “새로 가는 술집은 잔이 더 크다 아이가.” 작고한 시인의 부인이 언젠가 사석에서 들려준 이야기다. 남몰래 술잔 크기를 재 보면서 속으로 득의양양했을 시인의 천진무구한 표정이 눈앞에 선하다. 그의 술 욕심은 무욕(無慾)에 .. 더보기 이전 1 ··· 13 14 15 16 17 18 19 ··· 25 다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