은혜의 말씀과 찬양

지선아 사랑해 中에서

fleurbleue 2007. 5. 7. 17:08


저는 짧아진 여덟 개의 손가락을 쓰면서

사람에게 손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고


1
10역을 해내는 엄지 손가락으로 생활하고 글을 쓰면서는


엄지손가락을 온전히 남겨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.

눈썹이 없어 무엇이든 여과 없이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경험하며


사람에게 이 작은 눈썹마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알았고

막대기 같아져 버린 오른팔을 쓰면서

왜 하나님이 관절이 모두 구부러지도록 만드셨는지,

손이 귀까지 닿는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습니다
.

온전치 못한 오른쪽 귓바퀴 덕분에 귓바퀴라는게


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나님이 정교하게 만들어주신 거라는

사실을 알게 되었고
,

잠시지만 다리에서 피부를 많이 떼어내 절뚝절뚝 걸으면서는


다리가 불편한 이들에게 걷는다는 일 자체가

얼마나 힘든 것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.

무엇보다도 건강한 피부가 얼마나 많은 기능을 하는지
,

껍데기일 뿐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피부가


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.

그나마 남겨주신 피부들이 건강하게 움직이는 것에 감사했으며


하나님이 우리의 몸을

얼마나 정교하고 세심한 계획아래 만드셨는지 온몸으로 체험했습니다.

그리고 감히 내 작은 고통 중에


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을 백만분의 일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고,

너무나 비천한 사람으로, 때로는 죄인으로
,

얼굴도 이름도 없는 초라한 사람으로 대접받는


그 기분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.


이제는 지난 고통마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
.

그 고통이 아니었다면


지금처럼 남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할 가슴이 없었을 테니까요.


그 누구도, 그 어떤 삶에도 죽는게 낫다라는 판단은 옳지 않습니다
.

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장애인들의 인생을 뿌리째 흔들어놓는


그런 생각은, 그런 말은, 옳지 않습니다.

분명히 틀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
.


추운 겨울날 아무런 희망 없이 길 위에 고꾸라져 잠을 청하는


노숙자도
,

평생을 코와 입이 아닌


목에 인공적으로 뚫어놓은 구멍으로 숨을 쉬어야 하는 사람도

아무도 보는 이 없는 곳에 자라나는 이름 모를 들풀도,

하나님이 생명을 허락하신 이상


그의 생명은 충분히 귀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삶입니다.

"
저러고도 살 수 있을까
...?"


...이러고도 삽니다
.


몸은 이렇지만 누구보다 건강한 마음임을 자부하며
,

이런 몸이라도 전혀 부끄러운 마음을 품지 않게 해주신


하나님을 찬양하며,

이런 몸이라도 사랑하고 써주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에 감사드리며
...

저는 이렇게 삽니다
.


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
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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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선아 사랑해 中에서...

찬송가 471장 십자가 그늘 밑에